오랫동안 우리 사회에는 “가족끼리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존재해 왔다.
그 법적 근거가 바로 친족상도례다. 그러나 2026년부터 이 원칙이 크게 달라진다.
부모·자식·배우자 등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도 더 이상 무조건 처벌이 면제되지 않는다.
이번 형법 개정은 단순한 법 조항 수정이 아니라, 가족관계와 재산권 보호에 대한 국가의 인식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친족상도례란 무엇인가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에 규정돼 있던 조항으로,
직계혈족·배우자·동거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사기·횡령·배임 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의 취지는 가족 내부의 분쟁을 형사 문제로 확대하지 말고, 사적 해결에 맡기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고령의 부모 명의 통장을 자녀가 무단 사용하거나, 치매 상태의 부모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편취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피해자는 분명 존재했지만,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2026년 친족상도례 폐지의 핵심 내용
2026년부터는 부모·자식·배우자 등 친족 간 재산범죄라도 일반적인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특히 절도, 사기, 횡령, 배임과 같이 고의성이 명확한 범죄는 더 이상 ‘가족이니까’라는 이유로 자동 면책되지 않는다.
다만 혼인 관계 유지 중인 배우자나 동거 친족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가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중요한 변화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고소를 포기하면 처벌이 어려웠지만, 개정 이후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왜 지금 친족상도례가 폐지됐나
첫째, 고령화 사회 진입이다.
고령 부모의 재산을 둘러싼 분쟁과 범죄가 급증했다.
특히 치매, 인지 저하 상태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가족 내부 범죄는 방치하기 어려운 사회문제가 됐다.
둘째, 가족 형태의 변화다.
과거처럼 혈연 중심의 강한 가족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재산권과 권리가 더 중시되는 사회로 이동했다.
가족이라도 명백한 범죄에는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셋째, 헌법상 평등 원칙이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면제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노부모 재산 보호 강화의 의미
이번 개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부모와 사회적 약자다. 자녀에게 재산을 맡겼다가 피해를 입어도 신고조차 못 하던 현실이 바뀐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재산 관리와 상속 과정에서도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융기관, 요양시설, 후견 제도 등과 연계해 노인 재산 범죄 예방 시스템이 더욱 촘촘해질 가능성도 크다. 이는 단순히 처벌 강화가 아니라, 예방 중심의 법 체계로 나아가는 신호다.
사회적 파장과 우려
일부에서는 가족 간 형사 고소가 늘어나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러나 법은 처벌을 강제하기보다, 범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장치다. 오히려 명확한 기준이 생김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사전에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친족상도례 폐지가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기보다, 건강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개인이 준비해야 할 점
가족 간 재산 관리라도 문서화와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중요해진다. 위임장, 계좌 사용 내역, 증여·대여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분쟁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 또한 노부모 재산 관리와 관련해 성년후견 제도, 신탁 제도 등 합법적인 장치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6년 친족상도례 폐지는 “가족이면 처벌 안 된다”는 오래된 통념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제 가족이라는 이유는 면죄부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요구받는 관계가 됐다.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가족의 이름으로 가려졌던 재산범죄를 바로잡고, 진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법이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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